항우울제 성기능 부작용, 사정지연과 성욕저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성기능 문제는 사정이 늦어지거나 아예 되지 않는 증상, 그리고 성욕이 떨어지는 증상입니다. 이는 약효가 나타나는 과정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경로에서 생기는 예측 가능한 부작용이며, 약을 임의로 끊지 않고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는 복용 중인 약제와 우울증의 경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항우울제가 성기능을 떨어뜨리는 이유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시냅스 틈에 세로토닌이 머무는 시간을 늘려 우울 증상을 개선합니다. 그런데 같은 변화가 성반응 회로에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세로토닌이 5-HT2A 수용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성욕과 보상 감각을 담당하는 도파민 활성이 억제되고, 척수의 사정 중추도 함께 눌립니다.

말초에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일부 약제는 발기에 필요한 nitric oxide(산화질소) 생성을 방해하고, prolactin(프로락틴) 분비를 늘려 성욕을 더 떨어뜨립니다. paroxetine(파록세틴)처럼 세로토닌 억제 작용이 강하면서 도파민 D2 수용체까지 차단하는 약제에서 부작용 보고가 두드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 young man sitting with his knees drawn up, head resting on his arm, looking distressed. A scribbled thought bubble appears above his head.

우울증 자체도 성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약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도 우울장애 환자의 25~75%가 성욕 저하나 성기능 저하를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의 원인이 약인지 병인지 구분하려면 복용을 시작한 시점과 증상이 나타난 시점의 순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묻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사정기능 장애가 가장 흔합니다

항우울제가 유발하는 성기능 문제 중 가장 자주 보고되는 것은 사정 지연입니다.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심하면 성적 자극이 충분해도 사정에 이르지 못하는 무사정 상태가 됩니다. 오르가슴의 강도 자체가 무뎌진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세계보건기구 부작용 보고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2024년 학술지 Pharmaceuticals에 실린 연구에서는 오르가슴 관련 부작용 보고가 clomipramine(클로미프라민)과 paroxetine에서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2025년 국제학술지 Andrology에 실린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사정장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제로 trazodone(트라조돈), vortioxetine(보티옥세틴), vilazodone(빌라조돈), agomelatine(아고멜라틴)이 상위에 올랐습니다. 다만 이런 순위는 연구에 포함된 임상시험의 보고 방식에 좌우되므로, 개인의 실제 경험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작용이 조루 치료에는 쓰입니다

사정을 늦추는 세로토닌 작용은 조루 치료에서는 오히려 치료 효과로 활용됩니다. dapoxetine(다폭세틴)은 이 원리를 이용해 조루 치료제로 개발된 단시간 작용 SSRI입니다. 사정 지연이 우연한 이상 반응이 아니라 세로토닌 작용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성욕 저하와 발기 문제

성욕 저하는 사정 지연 다음으로 흔합니다. 앞서 언급한 부작용 보고 분석에서 성욕 관련 보고는 paroxetine, fluoxetine(플루옥세틴), sertraline(세르트랄린)에서 특히 많았습니다. 환자들은 성적인 생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관심이 사라졌다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기부전은 사정 지연이나 성욕 저하보다는 덜 흔하지만, 표준 용량에서도 30~40% 수준으로 보고된 약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SSRI나 SNRI(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복용자의 성기능 부작용 발생률은 연구에 따라 58~73%로 보고되며, 환자 설문에서는 약 20%가 오르가슴 장애나 성적 관심 소실을 이유로 약을 중단했다고 답했습니다.

약제별 성기능 부작용 위험 차이

작용 기전에 따라 위험도가 다릅니다. 아래는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경향을 정리한 것으로, 개인차가 크다는 점을 전제로 참고해야 합니다.

위험도대표 약제특징
높음paroxetine, sertraline, escitalopram, citalopram, fluoxetine세로토닌 재흡수 억제가 강함. 사정 지연과 성욕 저하가 모두 흔함
높음venlafaxine, duloxetine, clomipramineSNRI 및 삼환계. 오르가슴 장애 보고가 특히 많음
중간vortioxetine, vilazodone다중 작용 기전.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림
낮음bupropion, mirtazapine, agomelatine, moclobemide, trazodone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에 의존하지 않는 기전

위험이 낮은 약제가 모든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인 것은 아닙니다. 우울장애의 종류, 불안 동반 여부, 과거 치료 반응에 따라 적합한 약이 다르고, 세로토닌 작용이 적은 약으로 바꾸면 증상 조절이 불충분해질 수 있습니다.

A person's hand holding a bottle labeled 'Antidepressant' and another hand displaying several white capsules.

대처 방법과 진료에서 확인할 사항

혼자 판단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재발 위험이 높아지고, 갑작스러운 중단에 따른 중단증후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를 담당 의사와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 경과 관찰: 복용 초기에 나타난 증상은 수 주에 걸쳐 완화되기도 합니다.
  • 용량 조절: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감량합니다.
  • 약제 변경: bupropion(부프로피온), mirtazapine(미르타자핀), agomelatine, vortioxetine 등으로 전환한 뒤 성기능이 회복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병용 요법: 기존 약을 유지하면서 bupropion을 추가하는 방식이 비교적 근거가 축적돼 있습니다.
  • PDE5 억제제: sildenafil(실데나필), tadalafil(타다라필)은 남성의 발기 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으나, 성욕 저하나 오르가슴 장애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복용을 며칠 건너뛰는 이른바 약물 휴일은 재발과 중단증후군 위험 때문에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진료 전에는 증상이 성욕, 발기, 사정 중 어느 단계에서 나타나는지, 복용 시작 시점과의 선후 관계가 어떤지를 정리해 가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약을 끊은 뒤에도 증상이 남는 경우

일부에서는 항우울제를 중단한 뒤에도 성기능이 이전 상태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를 PSSD(post-SSRI sexual dysfunction, 항우울제 중단 후 지속 성기능장애)라고 부릅니다. 성기 부위의 감각 저하, 강도가 약한 오르가슴, 성욕 소실, 정서적 둔마가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빈도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후향 코호트 분석에서는 세로토닌계 항우울제 복용자 216명 중 1명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설문 기반 연구에서는 훨씬 높은 수치가 보고돼 편차가 큽니다. 2019년 유럽의약품청이 SSRI와 SNRI 제품 정보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도록 권고했고, 2024년에는 국제 의료용어 체계에 별도 코드가 등재됐습니다. 확립된 치료법은 아직 없으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비뇨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약을 끊으면 성기능이 돌아오나요

대부분은 약을 줄이거나 중단한 뒤 수 주 안에 회복됩니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일부에서는 증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회복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스스로 중단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함께 복용해도 되나요

남성에서 SSRI 관련 발기 문제에 PDE5 억제제를 병용한 연구들이 있으며 효과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심혈관 질환이나 질산염 제제 복용 여부에 따라 금기가 있으므로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성기능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바꾸면 해결되나요

전환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있지만, 우울 증상이 다시 악화될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할 사안입니다.

여성에게도 같은 문제가 생기나요

성욕 저하, 오르가슴 지연, 질 윤활 감소 등이 비슷한 빈도로 보고됩니다. 다만 부작용 보고 자료에서는 여성 사례가 과소 보고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마치며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됩니다. 첫째, 항우울제로 인한 사정 지연과 성욕 저하는 흔하며 약효 기전과 직접 연결된 현상입니다. 둘째, 약제마다 위험도가 다르고 용량 조절, 약제 변경, 병용 요법 등 조절 수단이 존재합니다. 셋째, 자가 중단은 재발 위험을 높이므로 피해야 합니다. 성기능 변화가 지속돼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정신건강의학과와 비뇨의학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구분하고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Zeiss R, Malejko K, Connemann B, et al. Sexual dysfunction induced by antidepressants: a pharmacovigilance study using data from VigiBase. Pharmaceuticals (Basel) 2024;17:826.
  2. Wang Q, Xu Z, Chen X, et al. Effect of antidepressants on ejaculation dysfunction in patients with depression and anxiety: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Andrology 2025;13:1333-45.
  3. Tran FD, Bichai GH, Kravetz Z, et al. Management of antidepressant-induced sexual dysfunction: a literature review. Cureus 2025;17:e90170.
  4. Healy D, Mangin D. Post-SSRI sexual dysfunction: barriers to quantifying incidence and prevalence. Epidemiol Psychiatr Sci 2024;33:e40.
  5. Ben-Sheetrit J, Hermon Y, Birkenfeld S, et al. Estimating the risk of irreversible post-SSRI sexual dysfunction (PSSD) due to serotonergic antidepressants. Ann Gen Psychiatry 2023;22:15.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조절하지 마시고,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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